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 초전도체 테마주 투기 광풍을 일으킨 물질 ‘LK-99’에 대해 국내 과학계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12월 13일 한국 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백서를 통해 “섭씨 100도 근처에서 관측된 급격한 상태 변화는 황화구리(Cu2S) 불순물이 가진 특성에 의한 것이며 불순물 없이 순수한 결정으로 구성된 LK-99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의 특성을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전도체 LK-99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만들어 2023년에 공개한 구조체. 명칭은 제1발명자 이(Lee)석배와 제2발명자 김(Kim)지훈의 성과, 이들이 연구를 시작한 '1999년'에서 각각 따온 것입니다. 발명자들은 이 구조체 내에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7월 22일 논문이 공개된 이후 그다음 주부터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발견 주장이 퍼져나가면서 트위터나 지후 등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가명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LK-99를 재현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여러 시사평론가들은 관심을 보였으나 언론과 인터뷰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2023년 8월 1일 업로드된 화중과기대학의 동영상에서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K-99 샘플이 공중 부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서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은 다음 날 빌리빌리에서 두 번째로 조회수가 많은 영상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동영상의 논평을 거부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영상이 서구권의 소셜 미디어에도 퍼지면서 대중의 흥분은 커졌으며, 한 온라인 예측 사이트에서는 복제 성공 가능성을 60%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8월 초까지 며칠간 트위터에서 LK-99에 관한 밈이 유행하면서 사용자들은 "떠다니는 바위"에 대한 밈을 만들거나 초전도체와 관련된 주식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로 한국과 중국의 여러 기술주 주가가 급등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초전도체 검증
'LK-99' 검증위엔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을 비롯해 포스텍 물리학과, 고려대 초전도 재료 및 응용 연구실, 성균관대 양자물질 초전도 연구단 및 전자활성에너지소재연구실, 한양대 고압연구소, 경희대 에너지소재양자물성연구실,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등이 참여해 초전도체 검정을 진행하였습니다.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 LK-99 제공을 거듭 요청했으나 시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각 연구기관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을 따라 재현 실험 연구를 수행했지만, 모든 재현 실험에서 시료의 저항이 0으로 떨어지거나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준 사례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마이스너 효과는 물질에서 전기 저항이 없어지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현상으로 초전도체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검증위 관계자는 “원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 실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며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이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보편성을 갖춘 사실로 입증되려면 제3자에 의한 교차 측정과 재현 동의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마무리
상온 초전도는 금속 등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전기 저항이 없으면 저항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현재 초전도체는 초저온 또는 초고압 상태에서만 구현할 수 있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찾는데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LK-99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전 세계 과학계가 재현 실험에 들어갔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아직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는 논문 발표 이후 제대로 검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의구심을 낳고 있는데, 과연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찾은 것인지 의문이 들고, 과거 황우석 눈문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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